
대법관 후보의 재제청 요청과 거부는 어떤 권한의 충돌일까요? 헌법이 정한 대법원장의 제청, 국회의 동의, 대통령의 임명을 나누고 각 절차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주장하는 근거를 살펴봅니다.
9월 22일 정오, 대법원이 언론 공지를 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청와대는 그날 두 차례 반박했고 이튿날 대법원이 추가 입장을 내자 다시 반박했습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대법관 한 명의 인선을 두고 공개 문서로 맞선 것입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후보 네 명을 추천한 것은 2026년 1월 21일이었습니다. 노 대법관은 3월 3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지만 제청은 한동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네 명 가운데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제청한 날은 8월 18일입니다.
같은 날 대법원장은 9월에 퇴임할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제청했습니다. 8월 28일 청와대는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냈지만 손 후보자의 동의안은 내지 않고, 대법원장에게 다시 제청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성수 대법관의 취임은 9월 21일, 국회 동의를 받은 지 나흘 만이었습니다. 청와대는 손 후보자의 동의안을 국회에 내지 않았고, 국민의힘은 9월 21일 이 조치를 문제 삼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습니다. 9월 28일 현재 노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은 멈춰 있습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합니다.
청와대는 이 문장의 ‘임명’에서 대통령의 판단권을 읽고, 대법원장은 재제청을 요청할 헌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같은 조문을 읽고 결론이 갈렸다면 갈린 곳은 조문 밖에서 더해진 전제에 있습니다.
한 문장에 담긴 세 권한
대법원장은 제청하고, 국회는 동의하고, 대통령은 임명합니다. 주어도 셋이고 행위도 셋이지만 대상은 같은 대법관 후보자 한 사람입니다. 법원조직법 제41조 제2항은 이 문장을 거의 그대로 되풀이하고, 제41조의2는 그 앞에 추천위원회 단계를 두면서 대법원장이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한다”고 정합니다.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그때 대법원장이 다시 제청해야 하는지는 헌법에도 법원조직법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재제청’이라는 말 자체가 조문에 없습니다. 양쪽 모두 조문의 글자보다 권한을 나눈 취지에서 결론을 끌어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임명’을 ‘서명’으로 바꿔 읽으면 대통령의 판단은 사라지고 절차만 남습니다. ‘선택’으로 바꿔 읽으면 제청은 추천 명단에 가까워지고 후보를 고르는 주체가 대법원장에서 대통령으로 옮겨 갑니다.
어느 쪽으로 바꿔 읽든 헌법이 두 기관에 나눠 준 권한 가운데 하나가 사실상 사라집니다. 조문의 ‘임명한다’만으로는 두 읽기 가운데 어느 쪽인지 정할 수 없습니다. 그 사이에는 대통령의 거부 판단을 인정하면서 그 방식과 한계를 따지는 읽기도 있습니다. 이 점을 먼저 확인해 두어야 이후의 논증이 조문에 무엇을 보태는지 보입니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내세운 근거
제청권은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이라는 것이 청와대가 8월 28일 브리핑에서 앞세운 논리였습니다. 제청과 임명은 서로 다른 헌법기관에 나뉜 권한이고,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과 달리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한 기관이라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제청이 “실질적 협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면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를 거쳐 제청해 온 관행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제청 직전 법원행정처가 추천된 후보자들에게 따로 연락해 추천 절차를 다시 밟는 방안을 타진했다며 추천 내용을 존중하라는 법원조직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도 했습니다. 이번 제청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요청에 맞는지 의문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25일 뒤 나온 대법원의 답은 헌법 제82조에서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 한다는 조항입니다. 대법원은 8월 28일자 공문에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고”, 달리 요청을 정당화할 근거도 찾을 수 없어 응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청와대는 그날 곧바로 반박했습니다. 대법원장의 입장은 제청권을 임명권보다 우위에 두는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고, 제청된 후보를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이 무력화된다고 했습니다.
같은 날 낸 두 번째 공지에서는 공문이 국무총리가 부서한 전자문서라고 밝혔습니다. 헌법기관을 존중하는 뜻에서 ‘반려’나 ‘거부’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뿐 동의안을 내지 않는다는 뜻과 그 근거 조문은 공문에 밝혔고, 구체적인 사유는 수석대변인 브리핑으로 이미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이튿날 나온 세 번째 반박에는 “임명하지 않을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문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9월 23일 대법원은 헌법 제82조를 든 이유부터 풀었습니다. 대통령의 행위는 형식을 갖춘 문서로 하고 그 해석도 문서에 따라야 한다는 원론이었을 뿐, 공문에 형식적 하자가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공문에는 재제청 요청의 사유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고, 근거와 사유가 분명해야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청 과정에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는 주장에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기초해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근거’라는 같은 말, 다른 대상
청와대는 재제청 요청의 근거를 공문에 밝혔다고 하고, 대법원은 그 근거를 공문에서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겉으로만 보면 둘 중 하나는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먼저 A의 B로 문장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와대가 공문에 밝혔다는 것은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을 진행하지 않는 근거입니다. 공문에는 헌법 제104조 제2항 등을 근거로 해당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다른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 달라는 취지가 담겼다고 설명되었습니다.
반면 대법원이 찾기 어렵다고 한 것은 단순한 ‘거부의 근거’가 아닙니다. 보다 정확히는 대통령이 대법원장에게 새로운 후보자를 다시 제청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즉, 대통령의 임명하지 않을 근거와 대통령의 재제청을 요구할 근거에 대해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앞의 권한이 인정된다고 해서 뒤의 권한까지 당연히 따라오는 것도 아닙니다.
리트바이블에서 A의 B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근거가 있는가’라고만 읽으면 두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엇에 대한 근거인지를 구체화하면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을 가능성이 보입니다.
사유에 관한 논쟁도 같습니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사유를 브리핑에서 이미 설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공문 자체에 적힌 내용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청와대는 사유를 브리핑에서 설명했다고 하고, 대법원은 대통령의 행위는 문서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며 공문의 문언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공문 밖에서 설명한 사유를 재제청 요청의 근거로 볼 수 있느냐가 사유를 둘러싼 두 입장 사이에 놓인 전제입니다.
한 번의 조치가 아니라 세 개의 권한 관계를 나누어 봅니다
이렇게 읽으면 다툼은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를 거부할 수 있는가’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8월 28일의 조치에는 제청된 후보를 임명하지 않겠다는 판단, 그 판단을 국회 동의 전에 동의안을 내지 않는 방식으로 밝힌 것, 대법원장에게 다른 후보를 제청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이 셋을 ‘거부’라는 한 단어로 부르면 필요한 근거도 하나처럼 보이지만, 행위마다 기대는 전제가 다릅니다.
임명하지 않겠다는 판단은 ‘임명’에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을 판단이 들어 있다는 전제에 기댑니다. 뉴스1은 법조계에서 이 전제를 받아들이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보도는 다만 동의안 제출조차 하지 않고 거부할 수 있는지는 의견이 갈린다고 덧붙였습니다.
동의안을 국회에 내기 전에 거부할 수 있느냐를 두고도 두 주장이 맞섭니다. 청와대는 임명하지 않을 후보를 국회에 올리는 것이 오히려 모순이라고 봅니다. 국민의힘은 제청된 후보 가운데 일부만 골라 동의안을 내지 않으면 국회의 동의권과 의원들이 심의하고 표결할 권한이 침해된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청구는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한 것일 뿐, 그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하려면, 대통령이 거부하면 대법원장에게 새 후보를 제청할 의무가 생긴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거부한 이상 대법원장이 대법관 구성 의무를 다하려면 새 후보를 제청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장은 그 요청의 근거와 사유를 공문에서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본 대로 조문에는 재제청이 없으므로 이 전제는 권한을 나눈 취지에서 끌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재제청 요구에 제한이 없다면 대통령은 원하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제청을 돌려보낼 수 있고, 고르는 권한은 사실상 대통령에게 넘어갑니다. 반대로 제청된 후보를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면 고르는 권한은 대법원장에게만 남습니다. 취지를 따질 때는 이 두 극단을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
청와대 브리핑은 협의 관행이 “임명권자와 제청권자 어느 한쪽의 의사만으로 최고법원이 구성되는 일”을 막아 왔다고 했습니다.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낸 김태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대통령에게 후보를 임의로 선별할 권한까지 인정하면 사실상 거부권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습니다.
한쪽이 혼자 고르는 결과를 경계한다는 데서는 두 주장이 같고, 누가 혼자 고르려 했느냐에서 갈립니다.
관행의 절차와 규정의 절차: 권한의 이름은 그대로인데 실질적인 크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형식적 권한 배분과 실질적인 권한 배분을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의 문언은 명확합니다.
대법원장은 제청하고, 국회는 동의하고, 대통령은 임명합니다.
형식적으로는 세 기관의 권한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각 권한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세 기관이 실제로 대법관 인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를 제한 없이 거부하고 새로운 후보자를 반복해서 요구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여전히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있는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다면,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이 후보자의 범위를 상당 부분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형식적으로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크기는 작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장이 한 번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은 어떠한 판단도 하지 못하고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고 본다면, 형식적으로는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남아 있어도 그 권한이 실제로 어떤 독자적 기능을 하는지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권한을 크게 또는 작게 해석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권한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권한의 실질적인 크기가 함께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 사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실질적인 권력분립의 문제입니다.
대통령에게 제청 후보자를 국회에 보내기 전에 자유롭게 걸러낼 권한을 폭넓게 인정한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러면 국회의 임명동의권은 대통령이 먼저 통과시킨 후보자에 대해서만 행사됩니다. 국회의 권한 자체가 삭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가 판단할 수 있는 후보자의 범위를 대통령이 먼저 결정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에게 반복적인 재제청 요구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면 대법원장의 제청권 역시 형식상 존재하더라도 대통령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행사되는 권한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통령의 임명권을 단순한 형식적 확인 행위로 좁게 해석하면 이번에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헌법상 임명권의 실질적인 의미가 축소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권력분립은 단순히 사법부에 하나, 입법부에 하나, 행정부에 하나의 권한이 있다는 식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대법원장의 무엇에 대한 권한인가, 국회의 무엇에 대한 권한인가, 대통령의 무엇에 대한 권한인가 그리고 "한 권한의 범위를 넓히거나 좁혔을 때 다른 권한이 실제로 행사될 수 있는 범위가 어떻게 바뀌는가"입니다.
리트바이블에서 말하는 A의 B는 바로 이런 복잡한 관계를 단순하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LEET 선지로 옮긴 조문 읽기
지금까지의 내용을 하나의 제시문이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Q. 윗글의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①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대법원장에게 새로운 후보자의 제청을 요구할 권한까지 대통령에게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②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대통령의 임명권뿐 아니라 국회의 임명동의권이 실제로 행사될 수 있는 범위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③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고 대통령이 이를 임명하도록 헌법이 정하고 있으므로,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자가 제청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재제청을 요구하더라도 대법원장의 제청권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④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적법한지를 판단할 때, 대통령에게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권한이 있는지와 대법원장에게 다시 제청할 의무가 발생하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⑤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사전 협의가 오랜 기간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과 그 협의가 헌법 또는 법률상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라는 것은 구분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정답은 ③번입니다.
③은 형식적으로 제청권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 보고 그 권한의 실질적인 크기까지 그대로라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제시문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제한 없이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다면, 형식적으로 후보를 제청하는 사람은 대법원장이라 하더라도 후보자의 범위를 결정하는 대통령의 영향력은 커질 수 있습니다.
즉,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존재한다는 것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크기로 유지된다는 것은 같은 명제가 아닙니다.
①은 A의 B 형식을 이용한 가장 직접적인 선지입니다.
대통령에게 제청된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권한이 있다고 인정한다고 해서 대법원장에게 새로운 후보자를 다시 제청하게 할 권한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대치 상황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앞의 판단이 뒤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동일한 권한은 아니라서 현재 계속 대치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LEET에서는 이렇게 앞 명제가 참이라는 이유만으로 뒤에 붙은 별개의 명제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선지를 주의해야 합니다.
②에서는 대통령이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 문제를 다룹니다.
단순히 대통령이 임명할 사람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만 보면 국회 주체가 빠집니다. 그러나 동의안을 제출하지 않는 순간 국회는 해당 후보자에 대해 동의 또는 부동의의 판단을 할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대통령의 임명권만이 아니라 국회의 임명동의권과의 관계에서도 보아야 합니다.
④는 대통령이 후보자를 거부했다는 하나의 표현을 다시 나누는 문제입니다.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수 있는지와, 그 결과 대법원장에게 새로운 후보자를 제청할 의무가 생기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었습니다. 전자는 대통령의 임명권 범위를 묻습니다. 후자는 대법원장의 제청권 및 재제청 의무가 발생하는지를 묻습니다.
‘거부’라는 한 단어로 묶으면 두 문제가 하나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A의 B로 구체화하면 판단해야 할 명제가 달라집니다.
⑤도 같은 원리를 사용합니다.
오랫동안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에 협의해 왔다는 것은 관행에 관한 사실입니다. 반면 그러한 협의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은 법적 의무에 관한 명제입니다. 앞의 사실이 존재한다고 뒤의 명제가 자동으로 참이 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관행의 절차와 법률상 요구되는 절차를 나누어야 합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이 정한 것은 제청, 동의, 임명의 주체와 순서입니다. 거부 뒤에 다시 제청하게 하는 절차도, 모든 제청에 동의안을 내야 한다는 의무도 조문에는 없습니다.
두 선지는 정반대 입장을 편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따르면’이라는 말로 조문 밖의 전제를 들여왔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조문만으로는 어느 쪽도 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LEET 추리논증의 법률 문제에서도 규정이 허용하는 결론과 그럴듯하지만 규정 밖의 전제가 있어야 나오는 결론을 가려야 합니다. 이때는 제시문이 허용한 연결만 잇고 배경지식이나 자기 입장으로 제시문에 없는 내용을 보태지 않습니다. 리트바이블은 이 읽기를 대응형 사고라고 부릅니다.
‘근거’가 거부의 근거인지 재제청 요청의 근거인지, ‘절차’가 관행의 절차인지 규정의 절차인지 나눈 것처럼, 이 글에서 가장 많이 한 일은 같은 말이 어느 층위에서 쓰였는지 가르는 것이었습니다. Principle (상)은 이 작업을 차원의 구획이라는 이름으로 다룹니다.
시험장에서도 순서는 같습니다. 선지의 한 단어가 몇 개의 행위를 담고 있는지 먼저 세고 각 행위의 근거를 제시문에서 따로 찾습니다.
자료: 헌법 제104조, 헌법 제82조, 법원조직법 제41조, 법원조직법 제41조의2(국가법령정보센터), 청와대 수석대변인 브리핑(정책브리핑, 2026. 8. 28.), 대법원 9월 22일 입장 보도(파이낸셜뉴스), 대법원 입장과 공문 내용 보도(연합뉴스, 9. 22.), 청와대 9월 22일 반박 보도(뉴스1), 대법원 9월 23일 입장 전문(한국일보), 청와대 9월 23일 반박 보도(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권한쟁의심판 청구 보도(헤럴드경제, 9. 21.), 노태악 대법관 퇴임과 추천 후보 보도(경향신문, 3. 3.), 대법관 후보 제청 보도(경향신문, 8. 18.), 김성수 대법관 임명동의안 가결 보도(법률신문, 9. 17.), 김성수 대법관 취임 보도(법률신문, 9. 21.), 법조계 견해를 전한 보도(뉴스1, 9. 27.), 후속 인선 교착 보도(경향신문, 9. 27.). 사실관계는 2026년 9월 28일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권한쟁의심판은 청구 단계이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을 나누어 읽는 LEET 학습 콘텐츠입니다. 리트바이블은 특정 인물이나 기관, 정당 또는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습니다. 사건의 옳고 그름을 대신 판정하려는 글도 아닙니다. 진행 중인 사안은 후속 절차에 따라 사실관계와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LEET 학습 자료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의 법적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사안에는 변호사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사실관계와 법령은 2026년 9월 28일까지 공개된 자료로 정리했고, 그 뒤의 절차 진행, 법령 개정, 판결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본문의 선지 두 개는 쟁점을 연습하기 위해 만든 가상 선지이며, 당사자의 주장이나 관계 기관의 공식 판단이 아닙니다. 대표 이미지는 이미지 생성 AI로 만든 그림이며, 실제 현장이나 인물을 촬영한 사진이 아닙니다.
리트바이블 저자
변호사 사례형문제

대법관 후보의 재제청 요청과 거부는 어떤 권한의 충돌일까요? 헌법이 정한 대법원장의 제청, 국회의 동의, 대통령의 임명을 나누고 각 절차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주장하는 근거를 살펴봅니다.
이 글의 쟁점
9월 22일 정오, 대법원이 언론 공지를 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청와대는 그날 두 차례 반박했고 이튿날 대법원이 추가 입장을 내자 다시 반박했습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대법관 한 명의 인선을 두고 공개 문서로 맞선 것입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후보 네 명을 추천한 것은 2026년 1월 21일이었습니다. 노 대법관은 3월 3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지만 제청은 한동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네 명 가운데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제청한 날은 8월 18일입니다.
같은 날 대법원장은 9월에 퇴임할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제청했습니다. 8월 28일 청와대는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냈지만 손 후보자의 동의안은 내지 않고, 대법원장에게 다시 제청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성수 대법관의 취임은 9월 21일, 국회 동의를 받은 지 나흘 만이었습니다. 청와대는 손 후보자의 동의안을 국회에 내지 않았고, 국민의힘은 9월 21일 이 조치를 문제 삼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습니다. 9월 28일 현재 노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은 멈춰 있습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합니다.
청와대는 이 문장의 ‘임명’에서 대통령의 판단권을 읽고, 대법원장은 재제청을 요청할 헌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같은 조문을 읽고 결론이 갈렸다면 갈린 곳은 조문 밖에서 더해진 전제에 있습니다.
한 문장에 담긴 세 권한
대법원장은 제청하고, 국회는 동의하고, 대통령은 임명합니다. 주어도 셋이고 행위도 셋이지만 대상은 같은 대법관 후보자 한 사람입니다. 법원조직법 제41조 제2항은 이 문장을 거의 그대로 되풀이하고, 제41조의2는 그 앞에 추천위원회 단계를 두면서 대법원장이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한다”고 정합니다.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그때 대법원장이 다시 제청해야 하는지는 헌법에도 법원조직법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재제청’이라는 말 자체가 조문에 없습니다. 양쪽 모두 조문의 글자보다 권한을 나눈 취지에서 결론을 끌어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임명’을 ‘서명’으로 바꿔 읽으면 대통령의 판단은 사라지고 절차만 남습니다. ‘선택’으로 바꿔 읽으면 제청은 추천 명단에 가까워지고 후보를 고르는 주체가 대법원장에서 대통령으로 옮겨 갑니다.
어느 쪽으로 바꿔 읽든 헌법이 두 기관에 나눠 준 권한 가운데 하나가 사실상 사라집니다. 조문의 ‘임명한다’만으로는 두 읽기 가운데 어느 쪽인지 정할 수 없습니다. 그 사이에는 대통령의 거부 판단을 인정하면서 그 방식과 한계를 따지는 읽기도 있습니다. 이 점을 먼저 확인해 두어야 이후의 논증이 조문에 무엇을 보태는지 보입니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내세운 근거
제청권은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이라는 것이 청와대가 8월 28일 브리핑에서 앞세운 논리였습니다. 제청과 임명은 서로 다른 헌법기관에 나뉜 권한이고,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과 달리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한 기관이라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제청이 “실질적 협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면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를 거쳐 제청해 온 관행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제청 직전 법원행정처가 추천된 후보자들에게 따로 연락해 추천 절차를 다시 밟는 방안을 타진했다며 추천 내용을 존중하라는 법원조직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도 했습니다. 이번 제청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요청에 맞는지 의문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25일 뒤 나온 대법원의 답은 헌법 제82조에서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 한다는 조항입니다. 대법원은 8월 28일자 공문에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고”, 달리 요청을 정당화할 근거도 찾을 수 없어 응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청와대는 그날 곧바로 반박했습니다. 대법원장의 입장은 제청권을 임명권보다 우위에 두는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고, 제청된 후보를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이 무력화된다고 했습니다.
같은 날 낸 두 번째 공지에서는 공문이 국무총리가 부서한 전자문서라고 밝혔습니다. 헌법기관을 존중하는 뜻에서 ‘반려’나 ‘거부’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뿐 동의안을 내지 않는다는 뜻과 그 근거 조문은 공문에 밝혔고, 구체적인 사유는 수석대변인 브리핑으로 이미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이튿날 나온 세 번째 반박에는 “임명하지 않을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문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9월 23일 대법원은 헌법 제82조를 든 이유부터 풀었습니다. 대통령의 행위는 형식을 갖춘 문서로 하고 그 해석도 문서에 따라야 한다는 원론이었을 뿐, 공문에 형식적 하자가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공문에는 재제청 요청의 사유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고, 근거와 사유가 분명해야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청 과정에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는 주장에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기초해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근거’라는 같은 말, 다른 대상
청와대는 재제청 요청의 근거를 공문에 밝혔다고 하고, 대법원은 그 근거를 공문에서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겉으로만 보면 둘 중 하나는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먼저 A의 B로 문장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와대가 공문에 밝혔다는 것은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을 진행하지 않는 근거입니다. 공문에는 헌법 제104조 제2항 등을 근거로 해당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다른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 달라는 취지가 담겼다고 설명되었습니다.
반면 대법원이 찾기 어렵다고 한 것은 단순한 ‘거부의 근거’가 아닙니다. 보다 정확히는 대통령이 대법원장에게 새로운 후보자를 다시 제청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즉, 대통령의 임명하지 않을 근거와 대통령의 재제청을 요구할 근거에 대해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앞의 권한이 인정된다고 해서 뒤의 권한까지 당연히 따라오는 것도 아닙니다.
리트바이블에서 A의 B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근거가 있는가’라고만 읽으면 두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엇에 대한 근거인지를 구체화하면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을 가능성이 보입니다.
사유에 관한 논쟁도 같습니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사유를 브리핑에서 이미 설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공문 자체에 적힌 내용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청와대는 사유를 브리핑에서 설명했다고 하고, 대법원은 대통령의 행위는 문서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며 공문의 문언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공문 밖에서 설명한 사유를 재제청 요청의 근거로 볼 수 있느냐가 사유를 둘러싼 두 입장 사이에 놓인 전제입니다.
한 번의 조치가 아니라 세 개의 권한 관계를 나누어 봅니다
이렇게 읽으면 다툼은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를 거부할 수 있는가’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8월 28일의 조치에는 제청된 후보를 임명하지 않겠다는 판단, 그 판단을 국회 동의 전에 동의안을 내지 않는 방식으로 밝힌 것, 대법원장에게 다른 후보를 제청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이 셋을 ‘거부’라는 한 단어로 부르면 필요한 근거도 하나처럼 보이지만, 행위마다 기대는 전제가 다릅니다.
임명하지 않겠다는 판단은 ‘임명’에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을 판단이 들어 있다는 전제에 기댑니다. 뉴스1은 법조계에서 이 전제를 받아들이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보도는 다만 동의안 제출조차 하지 않고 거부할 수 있는지는 의견이 갈린다고 덧붙였습니다.
동의안을 국회에 내기 전에 거부할 수 있느냐를 두고도 두 주장이 맞섭니다. 청와대는 임명하지 않을 후보를 국회에 올리는 것이 오히려 모순이라고 봅니다. 국민의힘은 제청된 후보 가운데 일부만 골라 동의안을 내지 않으면 국회의 동의권과 의원들이 심의하고 표결할 권한이 침해된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청구는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한 것일 뿐, 그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하려면, 대통령이 거부하면 대법원장에게 새 후보를 제청할 의무가 생긴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거부한 이상 대법원장이 대법관 구성 의무를 다하려면 새 후보를 제청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장은 그 요청의 근거와 사유를 공문에서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본 대로 조문에는 재제청이 없으므로 이 전제는 권한을 나눈 취지에서 끌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재제청 요구에 제한이 없다면 대통령은 원하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제청을 돌려보낼 수 있고, 고르는 권한은 사실상 대통령에게 넘어갑니다. 반대로 제청된 후보를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면 고르는 권한은 대법원장에게만 남습니다. 취지를 따질 때는 이 두 극단을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
청와대 브리핑은 협의 관행이 “임명권자와 제청권자 어느 한쪽의 의사만으로 최고법원이 구성되는 일”을 막아 왔다고 했습니다.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낸 김태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대통령에게 후보를 임의로 선별할 권한까지 인정하면 사실상 거부권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습니다.
한쪽이 혼자 고르는 결과를 경계한다는 데서는 두 주장이 같고, 누가 혼자 고르려 했느냐에서 갈립니다.
관행의 절차와 규정의 절차: 권한의 이름은 그대로인데 실질적인 크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형식적 권한 배분과 실질적인 권한 배분을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의 문언은 명확합니다.
대법원장은 제청하고, 국회는 동의하고, 대통령은 임명합니다.
형식적으로는 세 기관의 권한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각 권한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세 기관이 실제로 대법관 인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를 제한 없이 거부하고 새로운 후보자를 반복해서 요구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여전히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있는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다면,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이 후보자의 범위를 상당 부분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형식적으로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크기는 작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장이 한 번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은 어떠한 판단도 하지 못하고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고 본다면, 형식적으로는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남아 있어도 그 권한이 실제로 어떤 독자적 기능을 하는지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권한을 크게 또는 작게 해석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권한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권한의 실질적인 크기가 함께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 사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실질적인 권력분립의 문제입니다.
대통령에게 제청 후보자를 국회에 보내기 전에 자유롭게 걸러낼 권한을 폭넓게 인정한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러면 국회의 임명동의권은 대통령이 먼저 통과시킨 후보자에 대해서만 행사됩니다. 국회의 권한 자체가 삭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가 판단할 수 있는 후보자의 범위를 대통령이 먼저 결정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에게 반복적인 재제청 요구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면 대법원장의 제청권 역시 형식상 존재하더라도 대통령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행사되는 권한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통령의 임명권을 단순한 형식적 확인 행위로 좁게 해석하면 이번에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헌법상 임명권의 실질적인 의미가 축소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권력분립은 단순히 사법부에 하나, 입법부에 하나, 행정부에 하나의 권한이 있다는 식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대법원장의 무엇에 대한 권한인가, 국회의 무엇에 대한 권한인가, 대통령의 무엇에 대한 권한인가 그리고 "한 권한의 범위를 넓히거나 좁혔을 때 다른 권한이 실제로 행사될 수 있는 범위가 어떻게 바뀌는가"입니다.
리트바이블에서 말하는 A의 B는 바로 이런 복잡한 관계를 단순하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LEET 선지로 옮긴 조문 읽기
지금까지의 내용을 하나의 제시문이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Q. 윗글의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①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대법원장에게 새로운 후보자의 제청을 요구할 권한까지 대통령에게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②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대통령의 임명권뿐 아니라 국회의 임명동의권이 실제로 행사될 수 있는 범위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③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고 대통령이 이를 임명하도록 헌법이 정하고 있으므로,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자가 제청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재제청을 요구하더라도 대법원장의 제청권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④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적법한지를 판단할 때, 대통령에게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권한이 있는지와 대법원장에게 다시 제청할 의무가 발생하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⑤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사전 협의가 오랜 기간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과 그 협의가 헌법 또는 법률상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라는 것은 구분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정답은 ③번입니다.
③은 형식적으로 제청권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 보고 그 권한의 실질적인 크기까지 그대로라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제시문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제한 없이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다면, 형식적으로 후보를 제청하는 사람은 대법원장이라 하더라도 후보자의 범위를 결정하는 대통령의 영향력은 커질 수 있습니다.
즉,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존재한다는 것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크기로 유지된다는 것은 같은 명제가 아닙니다.
①은 A의 B 형식을 이용한 가장 직접적인 선지입니다.
대통령에게 제청된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권한이 있다고 인정한다고 해서 대법원장에게 새로운 후보자를 다시 제청하게 할 권한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대치 상황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앞의 판단이 뒤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동일한 권한은 아니라서 현재 계속 대치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LEET에서는 이렇게 앞 명제가 참이라는 이유만으로 뒤에 붙은 별개의 명제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선지를 주의해야 합니다.
②에서는 대통령이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 문제를 다룹니다.
단순히 대통령이 임명할 사람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만 보면 국회 주체가 빠집니다. 그러나 동의안을 제출하지 않는 순간 국회는 해당 후보자에 대해 동의 또는 부동의의 판단을 할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대통령의 임명권만이 아니라 국회의 임명동의권과의 관계에서도 보아야 합니다.
④는 대통령이 후보자를 거부했다는 하나의 표현을 다시 나누는 문제입니다.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수 있는지와, 그 결과 대법원장에게 새로운 후보자를 제청할 의무가 생기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었습니다. 전자는 대통령의 임명권 범위를 묻습니다. 후자는 대법원장의 제청권 및 재제청 의무가 발생하는지를 묻습니다.
‘거부’라는 한 단어로 묶으면 두 문제가 하나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A의 B로 구체화하면 판단해야 할 명제가 달라집니다.
⑤도 같은 원리를 사용합니다.
오랫동안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에 협의해 왔다는 것은 관행에 관한 사실입니다. 반면 그러한 협의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은 법적 의무에 관한 명제입니다. 앞의 사실이 존재한다고 뒤의 명제가 자동으로 참이 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관행의 절차와 법률상 요구되는 절차를 나누어야 합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이 정한 것은 제청, 동의, 임명의 주체와 순서입니다. 거부 뒤에 다시 제청하게 하는 절차도, 모든 제청에 동의안을 내야 한다는 의무도 조문에는 없습니다.
두 선지는 정반대 입장을 편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따르면’이라는 말로 조문 밖의 전제를 들여왔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조문만으로는 어느 쪽도 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LEET 추리논증의 법률 문제에서도 규정이 허용하는 결론과 그럴듯하지만 규정 밖의 전제가 있어야 나오는 결론을 가려야 합니다. 이때는 제시문이 허용한 연결만 잇고 배경지식이나 자기 입장으로 제시문에 없는 내용을 보태지 않습니다. 리트바이블은 이 읽기를 대응형 사고라고 부릅니다.
‘근거’가 거부의 근거인지 재제청 요청의 근거인지, ‘절차’가 관행의 절차인지 규정의 절차인지 나눈 것처럼, 이 글에서 가장 많이 한 일은 같은 말이 어느 층위에서 쓰였는지 가르는 것이었습니다. Principle (상)은 이 작업을 차원의 구획이라는 이름으로 다룹니다.
시험장에서도 순서는 같습니다. 선지의 한 단어가 몇 개의 행위를 담고 있는지 먼저 세고 각 행위의 근거를 제시문에서 따로 찾습니다.
자료: 헌법 제104조, 헌법 제82조, 법원조직법 제41조, 법원조직법 제41조의2(국가법령정보센터), 청와대 수석대변인 브리핑(정책브리핑, 2026. 8. 28.), 대법원 9월 22일 입장 보도(파이낸셜뉴스), 대법원 입장과 공문 내용 보도(연합뉴스, 9. 22.), 청와대 9월 22일 반박 보도(뉴스1), 대법원 9월 23일 입장 전문(한국일보), 청와대 9월 23일 반박 보도(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권한쟁의심판 청구 보도(헤럴드경제, 9. 21.), 노태악 대법관 퇴임과 추천 후보 보도(경향신문, 3. 3.), 대법관 후보 제청 보도(경향신문, 8. 18.), 김성수 대법관 임명동의안 가결 보도(법률신문, 9. 17.), 김성수 대법관 취임 보도(법률신문, 9. 21.), 법조계 견해를 전한 보도(뉴스1, 9. 27.), 후속 인선 교착 보도(경향신문, 9. 27.). 사실관계는 2026년 9월 28일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권한쟁의심판은 청구 단계이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을 나누어 읽는 LEET 학습 콘텐츠입니다. 리트바이블은 특정 인물이나 기관, 정당 또는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습니다. 사건의 옳고 그름을 대신 판정하려는 글도 아닙니다. 진행 중인 사안은 후속 절차에 따라 사실관계와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LEET 학습 자료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의 법적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사안에는 변호사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사실관계와 법령은 2026년 9월 28일까지 공개된 자료로 정리했고, 그 뒤의 절차 진행, 법령 개정, 판결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본문의 선지 두 개는 쟁점을 연습하기 위해 만든 가상 선지이며, 당사자의 주장이나 관계 기관의 공식 판단이 아닙니다. 대표 이미지는 이미지 생성 AI로 만든 그림이며, 실제 현장이나 인물을 촬영한 사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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