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에서 추천 권한의 위임과 이사회 승인은 어떻게 구분될까요?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문을 바탕으로 감독의 성과와 선임 절차, 사실과 법적 판단을 나누어 읽습니다.
2024년 7월에는 축구 뉴스가 경기보다 감독 선임 이야기로 더 시끄러웠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뒤 다섯 달 가까이 새 감독을 찾던 대한축구협회는 7월 7일 울산 HD를 이끌던 홍명보 감독을 내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즌 도중 감독을 잃게 된 울산 팬들이 반발했고, 전력강화위원회에 참여하던 박주호 위원은 자신도 선임 사실을 몰랐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 9월 팔레스타인과의 월드컵 예선 홈경기에서는 전광판에 홍 감독이 나올 때마다 관중석에서 야유가 나왔습니다.
반발이 컸던 이유가 감독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에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협회가 그해 10월 공개한 설명에 따르면 전력강화위원장은 홍 감독을 1순위로 정해 회장에게 보고한 뒤 사임했고, 이후 기술총괄이사가 후속 업무를 맡아 최종 후보들과 면담한 다음 홍 감독으로 최종 결정해 이사회에 추천했습니다.
협회는 내정 발표, 7월 10일부터 12일까지의 이사회 서면결의, 7월 13일 최종 선임 발표를 거쳤으니 절차를 지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기술총괄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이 아니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감사를 거쳐 2024년 10월 2일 감독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발표했고, 11월 5일에는 축구협회에 관련자 징계 등을 요구했습니다. 협회는 이 조치요구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2026년 4월 23일 협회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홍 감독이 좋은 감독인지를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홍 감독 선임 부분에서 법원이 따진 것은 누가 후보를 추천할 권한을 가졌고, 이사회가 실제로 감독을 골랐는지, 그리고 면접이 투명하고 공정했는지와 협회의 해명 자료가 사실과 맞는지였습니다.
축구협회는 5월 6일 이사회에서 항소하기로 했고, 사건은 지금 서울고등법원에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6월 12일 협회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문체부 조치요구의 효력을 항소심 판결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멈췄습니다. 그러니 아래에 옮기는 법원의 판단은 모두 아직 확정되지 않은 1심 판결의 판단입니다.
1순위 후보와 추천권
협회 정관과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에 따르면 감독 추천 권한을 전력강화위원회에, 감독 선임 권한을 이사회에 부여합니다. 일상에서는 둘 다 ‘감독을 뽑는 일’로 부르지만, 법원은 두 권한을 나눠서 판단했습니다.
판결문에 나오는 경과는 이렇습니다. 위원들은 J 위원장에게 추천 권한을 위임했고, J는 F를 1순위로 하는 최종 후보 세 명을 회장에게 보고했습니다(판결문에는 실명 대신 알파벳이 나옵니다. 홍 감독은 F, 사퇴한 전력강화위원장은 J, 기술총괄이사는 D입니다).
이때 J는 F를 아직 면담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J가 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D가 F를 직접 만나 면접했고, F가 수락하자 D는 F를 1순위로 한 후보 순위를 상근부회장에게 보고했습니다.
협회는 D가 J 위원장이 정한 최종 후보들을 이어받아 면담하고 협상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에서는 J가 사퇴하면서 협회에 권한을 맡겼고 협회가 이를 다시 D에게 맡겼으니, D가 J의 추천 권한을 적법하게 이어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F가 J의 보고에서도, D의 보고에서도 1순위였다는 사실은 이 설명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법원은 순위가 유지됐는지보다 J가 떠난 뒤 추천 권한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먼저 따졌습니다. 판결문 22쪽에서 그 대목만 잘라 옮깁니다.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2059 판결문 22쪽에서 추천 권한을 다룬 대목입니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법원은 J가 위원들에게서 추천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J가 위원장에서 사퇴한 이상 추천 권한은 위원회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J에서 협회로, 협회에서 D로 권한이 넘어갔다는 협회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추천 권한은 위원회에 있으므로 J가 임의로 협회에 넘길 수 없고, 협회가 위원도 아닌 D에게 다시 맡길 수도 없다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넘길 수 있다고 보면 위원회의 추천 권한이 유명무실해진다는 설명도 붙였습니다.
법원은 한 단계를 더 따졌습니다. 설령 그런 재위임이 가능하다고 해도, J가 협회에 권한을 맡겼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J는 감사 과정에서 위원장을 그만두면서 협회에 후속 조치를 맡아 달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앞의 판단은 권한을 그렇게 넘길 수 있느냐는 법의 문제이고, 뒤의 판단은 실제로 넘겼느냐는 사실의 문제입니다.
F가 두 보고에서 모두 1순위였다는 사실은 그대로입니다. 그 사실은 F가 적합한 후보였다는 주장에는 쓰일 수 있어도, D에게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같은 사람을 골랐다고 해서 권한 없는 사람의 추천이 위원회의 추천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서면결의와 면접 기록
이사회가 아무 결의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이사회는 서면결의로 F를 감독으로 선임하는 안을 승인했습니다. 협회는 내정 뒤에 이사회를 거치는 것을 막는 규정이 없고, 이사회는 언제든 부결할 수 있었으며, 이사들에게 충분한 자료가 제공됐고 반대 의견을 낸 이사도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사회 결의 전에 감독을 미리 내정해야 하는 실무상 필요를 감안했습니다. 그래도 이 사건에서는 D가 서면결의 전에 기자회견으로 내정 사실을 발표해 선임을 거의 기정사실로 만들었고, 그 발표가 이사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의가 서면으로 이뤄져 이사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됐는지, 토의를 충실히 거쳤는지도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판결문 24쪽에는 이사들이 실제로 낸 의견이 인용돼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2059 판결문 24쪽에서 이사회 의결을 다룬 대목입니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사회가 의결했다’와 ‘이사회가 감독을 골랐다’는 비슷해 보여도 같은 말이 아닙니다. 서면결의라는 형식은 있었지만, 법원은 이사회의 선임 권한이 실질적으로 행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발표가 먼저였다는 순서 하나로 내린 결론도 아닙니다. 이사들에게 제공된 정보와 이사들이 낸 의견까지 함께 따진 결과입니다.
면접도 같은 방식으로 따졌습니다. 다른 외국인 후보들은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면접을 봤고 질문지나 평가서, 영상자료가 작성됐습니다. F의 면접은 D가 참관인 없이 혼자 진행했고, 1심 법원은 그 과정에서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협회는 평가표를 반드시 만들라는 규정이 없고, D가 F의 집 앞에서 네다섯 시간을 기다린 것은 후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실질적인 면접이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규정이 없다는 것만으로 면접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협회가 실질적인 면접의 증거로 낸 문서도 작성 시기와 경위를 알 수 없어, 그 문서만으로는 협회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1심 이후의 절차
1심 판결 뒤 면접 기록을 둘러싼 새 주장이 나왔습니다. 당시 기술총괄이사였던 D는 8월 4일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참가 신청서를 냈습니다. 그의 법률대리인은 D가 최종 후보 세 명과 면담했고, 홍 감독을 면담하면서 직접 작성한 자필 기록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다시 따져야 하는 것은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는 1심의 사실 인정입니다. 다만 1심 법원은 협회가 낸 문서가 작성 시기와 경위를 알 수 없어 그것만으로는 실질적인 면접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기록이 있다는 주장과, 그 기록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됐는지를 증명하는 일은 따로 따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기록 문제가 어떻게 정리되든 근거가 달라지지 않는 판단도 있습니다. D에게 추천 권한이 있었는지는 J의 사퇴와 위원회의 권한을 근거로 한 판단이고, 이사회가 선임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는지는 발표 순서와 이사들에게 제공된 정보를 근거로 한 판단입니다.
사실 하나가 바뀔 때 어느 판단이 함께 달라지고 어느 판단이 그대로인지 나눠 두면, 항소심 소식을 읽을 때도 헷갈리지 않습니다.
9월 22일에는 형사 절차에서도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정몽규 전 회장 등 협회 전 임원 세 명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경찰은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후속 선임 작업을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요청이 있었던 것처럼 이사회 참고자료가 작성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정 전 회장은 이사회를 속일 이유도, 속인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경찰은 홍 전 감독이 선임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불송치했습니다. 송치는 경찰이 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검찰에 보낸 것이고, 재판에 넘길지는 검찰이, 죄가 되는지는 법원이 정합니다.
행정소송에서 다투는 것은 문체부의 조치요구가 적법한지이고, 형사 절차에서 따지는 것은 특정인에게 형사 책임이 있는지입니다. 같은 사실을 다루더라도 두 절차가 판단하는 쟁점은 다릅니다.
결과와 절차, 서로 다른 질문
2026년 6월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표팀은 조별리그 1승 2패로 탈락했고, 홍 감독은 탈락이 확정된 뒤 사퇴했습니다. 5월에 월드컵이 끝나면 물러나겠다고 밝혔던 정몽규 회장도 회장직을 내려놓았습니다.
7월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에서 정 전 회장은 16강에 진출했다면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정 전 회장은 당시 감독 선임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었다는 기존 입장도 함께 밝혔습니다.
성적이 좋았다면 비판이 줄었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 발언은 이 사건에서 우리가 구분해야 할 두 차원을 오히려 선명하게 보여주며 안타까운 인식을 보여주었니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었는지는 감독 선임의 결과가 좋았는가를 평가하는 자료입니다.
반면 누가 감독 후보를 추천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사회가 선임 권한을 실제로 행사했는지, 면접과 의사결정 과정이 적절했는지는 감독을 선임하는 절차가 적정했는가를 판단하는 문제입니다.
둘은 엄연히 다른 질문입니다.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했더라도 J가 사퇴한 뒤 추천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지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내정 발표가 이사회 서면결의보다 먼저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그대로입니다. 반대로 선임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고 해서 홍 감독의 지도 능력이나 경기 성과까지 그 사실만으로 부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법은 이러한 차이를 매우 중요하게 다룹니다.
법학에서는 흔히 실체와 절차를 구분합니다. 어떤 권리·의무가 존재하는지, 어떤 행위가 허용되거나 금지되는지와 같은 내용을 정하는 규범을 실체법의 영역에서 다루고, 그러한 권리와 책임을 어떠한 과정과 방식으로 판단하고 실현할 것인지는 절차법의 영역에서 다룹니다.
민법과 민사소송법,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별도의 법체계로 두는 것도 이러한 구별을 잘 보여줍니다.
물론 이 사건에서 말하는 ‘절차’와 소송법상의 ‘절차법’이 완전히 같은 개념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법적 사고가 결과의 정당성과 그 결과에 도달한 절차의 적정성을 서로 다른 판단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이유로 절차적 하자와 실체적 하자도 구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감독 후보 자체가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면 선임 대상의 적격성에 관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적격한 후보를 선임했다고 하더라도, 후보를 추천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추천하거나 최종 결정권자가 실질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선임 과정에 관한 별도의 문제가 됩니다.
적합한 사람을 골랐다는 결과가 그 사람을 고른 절차까지 적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선임된 사람의 능력이나 성과까지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 점에서 “16강에 진출했다면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발언은 안타깝게 읽힙니다. 실제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면 사회적 비판이나 정치적 관심이 줄어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을 가능성에 관한 현실적인 관찰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제기된 절차상의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발언은 결과에 대한 평가와 절차에 대한 평가라는 서로 다른 두 차원을 하나로 연결하기 쉽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성과가 좋으면 절차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게 되고, 성과가 나쁘면 그제야 절차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절차가 적정했는지는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 역시 홍 감독이 좋은 감독인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지를 판단한 것이 아닙니다. 법원이 검토한 것은 문체부의 감사 결과와 조치요구가 위법한지였고, 그 과정에서 감독 추천 권한, 이사회의 선임 권한 행사, 면접 과정 등 협회의 업무처리가 적정했는지를 살폈습니다.
법원은 해당 감독 선임 등을 포함한 여러 업무처리가 부적정하다고 본 문체부의 조치요구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가 절차를 정당화하지 않고, 절차가 결과를 대신 평가하지도 않습니다
이 구분은 LEET에서도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2023학년도 LEET 언어이해 28~30번은 벤야민의 「폭력 비판을 위하여」를 다룹니다. 제시문에서는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정당성이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를 문제 삼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축구협회 사례와 벤야민의 논의가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두 사례가 요구하는 사고의 형식이 닮아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목적이 좋다는 사실과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된 수단이 정당하다는 것은 서로 다른 명제입니다. 마찬가지로 감독 선임의 결과가 좋았다는 사실과 감독을 선임한 절차가 적정했다는 것도 서로 다른 명제입니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자동으로 보증하지 않습니다.
리트바이블은 이런 읽기를 차원의 구획이라고 부릅니다. Principle (상) 제2장에서는 차원의 구획을 논의의 층위를 나누는 일로 설명하고, 그 예로 논증이 전제하는 사실과 논증이 전개하는 주장을 구분하는 일을 듭니다.
이 사건에서는 ‘후보가 적합한가’와 ‘누가 추천할 수 있는가’, ‘의결이라는 형식이 있었는가’와 ‘이사회가 실제로 골랐는가’가 서로 다른 층위의 질문입니다.
실제로 LEET 문제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Q. 윗글의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① J가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로부터 감독 후보 추천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하더라도, J가 위원장에서 사퇴한 뒤 그 권한이 당연히 D에게 이전된다고 볼 수는 없다.
② F가 J의 보고와 D의 보고에서 모두 1순위였다는 사실은 후보에 대한 평가가 일치했다는 점에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그 사실만으로 D에게 감독 후보를 추천할 권한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③ 이사회가 F를 감독으로 선임하는 안을 서면으로 의결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면, 그 의결에 앞서 내정 사실이 발표되었거나 이사들에게 제공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더라도 이사회가 선임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다고 보아야 한다.
④ D가 F를 면담하면서 작성한 자필 기록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D에게 감독 후보 추천 권한이 있었는지에 관한 판단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사실만으로 감독 선임 절차에 존재할 수 있는 하자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감독의 지도 능력까지 부정할 수도 없다.
정답은 ③번입니다.
①은 추천 권한의 귀속에 관한 선지입니다.
J가 위원들로부터 추천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사실은 제시문에서 인정됩니다. 그러나 그 사실만으로 J가 사퇴한 뒤 권한이 협회나 D에게 자동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J가 추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과 J가 사퇴한 뒤 그 권한을 D가 행사할 수 있다는 결론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앞의 명제가 참이라고 해서 뒤의 명제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리트바이블에서 말하는 대응형 문제에서는 이처럼 제시문에 있는 사실 하나를 근거로, 제시문이 확인하지 않은 다음 단계까지 확장하는 선지를 조심해야 합니다.
②는 이 사건에서 가장 전형적인 대응형 판단입니다.
J도 F를 1순위로 보고했고, D도 F를 1순위로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같은 후보를 선택했다는 사실과 두 사람 모두 그 후보를 추천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상대적으로 쉬운 선지였습니다.
앞의 사실은 후보에 대한 평가의 동일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뒤의 문제는 추천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가라는 별도의 변수를 확인해야 합니다. 결과가 같다고 해서 그 결과에 이른 권한이나 절차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③이 정답입니다.
이사회가 실제로 서면결의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법원이 판단한 것은 단순히 이사회 결의가 있었는가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보다 정확한 질문은 "이사회가 감독을 선임하는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는가"였습니다.
내정 사실이 이미 발표되어 선임이 기정사실화된 상태였는지, 이사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었는지, 실질적인 토의와 판단이 가능했는지 등이 함께 검토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서면결의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선임 권한은 실질적으로 행사되었다"라고 곧바로 연결할 수 없습니다.
이 선지는 형식의 존재와 실질의 충족이라는 서로 다른 차원을 하나로 묶고 있습니다.
④는 사실 하나가 새롭게 밝혀졌을 때 어느 범위까지 판단을 수정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D가 F와의 면담 과정에서 자필 기록을 실제로 작성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1심 법원이 인정한 "면접 과정에서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은 D에게 감독 후보를 추천할 권한이 있었는가는 문제와는 직접 연결되지 않습니다.
추천 권한에 관한 판단은 J의 사퇴 이후 권한이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 위원회가 가진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맡길 수 있었는지 등을 근거로 합니다. 즉, 새로운 사실이 나타났다고 해서 판결의 모든 판단이 함께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⑤는 앞에서 살펴본 차원의 구획을 그대로 묻습니다.
대표팀의 경기 성적은 감독의 지도력이나 선임 결과를 평가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추천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이사회가 선임 권한을 실제로 행사했는지, 면접 과정이 적정했는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좋은 성적→ 적정한 선임 절차"라고 연결할 수 없습니다. 각각 다른 차원에 놓인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섯 선지에서 반복되는 것은 하나입니다. 한 차원에서 확인된 사실을 다른 차원의 판단까지 옮겨도 되는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리트바이블에서는 이러한 작업을 차원의 구획이라고 부릅니다. 복잡한 사건일수록 모든 사실을 한꺼번에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먼저 질문을 나누어야 합니다.
각 질문을 다른 차원에 놓고, 그 질문에 대응하는 사실만 연결하면 됩니다. 이것이 LEET에서 차원의 구획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배경지식으로 협회를 비판하거나 홍 감독을 옹호해도 이 선지의 정오는 가려지지 않습니다. 선지를 판단할 때는 제시문이 실제로 연결해 준 내용까지만 옮겨야 합니다. 차원의 구획이 제시문 독해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주장과 사례, 사실과 평가의 층위를 나누는 차원의 구획 칼럼에 더 자세히 있습니다.
자료: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2059 판결(2026. 4. 23. 선고) 20~24쪽,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특정감사 결과 발표(2024. 10. 2.),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 최종 결과 발표(2024. 11. 5.),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10차 회의록 공개와 선임 과정 설명(2024. 10. 1.), 2023학년도 LEET 언어이해 28~30번.
보도: 뉴스핌, 서울고등법원 집행정지 인용(2026. 6. 13.), 뉴시스, 국회 청문회(2026. 7. 30.), 파이낸셜뉴스, 소송참가 신청(2026. 8. 7.), 세계일보, 경찰 송치(2026. 9. 22.). 사실관계는 2026년 9월 28일 기준으로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 글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을 나누어 읽는 LEET 학습 콘텐츠입니다. 리트바이블은 특정 인물이나 기관, 정당 또는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습니다. 사건의 옳고 그름을 대신 판정하려는 글도 아닙니다. 진행 중인 사안은 후속 절차에 따라 사실관계와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LEET 학습 자료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의 법적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사안에는 변호사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사실관계와 법령은 2026년 9월 28일까지 공개된 자료로 정리했고, 그 뒤의 절차 진행, 법령 개정, 판결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대표 이미지는 이미지 생성 AI로 만든 그림이며, 실제 현장이나 인물을 촬영한 사진이 아닙니다.
리트바이블 저자
변호사 사례형문제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에서 추천 권한의 위임과 이사회 승인은 어떻게 구분될까요?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문을 바탕으로 감독의 성과와 선임 절차, 사실과 법적 판단을 나누어 읽습니다.
이 글의 쟁점
2024년 7월에는 축구 뉴스가 경기보다 감독 선임 이야기로 더 시끄러웠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뒤 다섯 달 가까이 새 감독을 찾던 대한축구협회는 7월 7일 울산 HD를 이끌던 홍명보 감독을 내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즌 도중 감독을 잃게 된 울산 팬들이 반발했고, 전력강화위원회에 참여하던 박주호 위원은 자신도 선임 사실을 몰랐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 9월 팔레스타인과의 월드컵 예선 홈경기에서는 전광판에 홍 감독이 나올 때마다 관중석에서 야유가 나왔습니다.
반발이 컸던 이유가 감독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에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협회가 그해 10월 공개한 설명에 따르면 전력강화위원장은 홍 감독을 1순위로 정해 회장에게 보고한 뒤 사임했고, 이후 기술총괄이사가 후속 업무를 맡아 최종 후보들과 면담한 다음 홍 감독으로 최종 결정해 이사회에 추천했습니다.
협회는 내정 발표, 7월 10일부터 12일까지의 이사회 서면결의, 7월 13일 최종 선임 발표를 거쳤으니 절차를 지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기술총괄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이 아니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감사를 거쳐 2024년 10월 2일 감독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발표했고, 11월 5일에는 축구협회에 관련자 징계 등을 요구했습니다. 협회는 이 조치요구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2026년 4월 23일 협회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홍 감독이 좋은 감독인지를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홍 감독 선임 부분에서 법원이 따진 것은 누가 후보를 추천할 권한을 가졌고, 이사회가 실제로 감독을 골랐는지, 그리고 면접이 투명하고 공정했는지와 협회의 해명 자료가 사실과 맞는지였습니다.
축구협회는 5월 6일 이사회에서 항소하기로 했고, 사건은 지금 서울고등법원에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6월 12일 협회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문체부 조치요구의 효력을 항소심 판결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멈췄습니다. 그러니 아래에 옮기는 법원의 판단은 모두 아직 확정되지 않은 1심 판결의 판단입니다.
1순위 후보와 추천권
협회 정관과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에 따르면 감독 추천 권한을 전력강화위원회에, 감독 선임 권한을 이사회에 부여합니다. 일상에서는 둘 다 ‘감독을 뽑는 일’로 부르지만, 법원은 두 권한을 나눠서 판단했습니다.
판결문에 나오는 경과는 이렇습니다. 위원들은 J 위원장에게 추천 권한을 위임했고, J는 F를 1순위로 하는 최종 후보 세 명을 회장에게 보고했습니다(판결문에는 실명 대신 알파벳이 나옵니다. 홍 감독은 F, 사퇴한 전력강화위원장은 J, 기술총괄이사는 D입니다).
이때 J는 F를 아직 면담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J가 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D가 F를 직접 만나 면접했고, F가 수락하자 D는 F를 1순위로 한 후보 순위를 상근부회장에게 보고했습니다.
협회는 D가 J 위원장이 정한 최종 후보들을 이어받아 면담하고 협상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에서는 J가 사퇴하면서 협회에 권한을 맡겼고 협회가 이를 다시 D에게 맡겼으니, D가 J의 추천 권한을 적법하게 이어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F가 J의 보고에서도, D의 보고에서도 1순위였다는 사실은 이 설명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법원은 순위가 유지됐는지보다 J가 떠난 뒤 추천 권한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먼저 따졌습니다. 판결문 22쪽에서 그 대목만 잘라 옮깁니다.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2059 판결문 22쪽에서 추천 권한을 다룬 대목입니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법원은 J가 위원들에게서 추천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J가 위원장에서 사퇴한 이상 추천 권한은 위원회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J에서 협회로, 협회에서 D로 권한이 넘어갔다는 협회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추천 권한은 위원회에 있으므로 J가 임의로 협회에 넘길 수 없고, 협회가 위원도 아닌 D에게 다시 맡길 수도 없다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넘길 수 있다고 보면 위원회의 추천 권한이 유명무실해진다는 설명도 붙였습니다.
법원은 한 단계를 더 따졌습니다. 설령 그런 재위임이 가능하다고 해도, J가 협회에 권한을 맡겼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J는 감사 과정에서 위원장을 그만두면서 협회에 후속 조치를 맡아 달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앞의 판단은 권한을 그렇게 넘길 수 있느냐는 법의 문제이고, 뒤의 판단은 실제로 넘겼느냐는 사실의 문제입니다.
F가 두 보고에서 모두 1순위였다는 사실은 그대로입니다. 그 사실은 F가 적합한 후보였다는 주장에는 쓰일 수 있어도, D에게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같은 사람을 골랐다고 해서 권한 없는 사람의 추천이 위원회의 추천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서면결의와 면접 기록
이사회가 아무 결의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이사회는 서면결의로 F를 감독으로 선임하는 안을 승인했습니다. 협회는 내정 뒤에 이사회를 거치는 것을 막는 규정이 없고, 이사회는 언제든 부결할 수 있었으며, 이사들에게 충분한 자료가 제공됐고 반대 의견을 낸 이사도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사회 결의 전에 감독을 미리 내정해야 하는 실무상 필요를 감안했습니다. 그래도 이 사건에서는 D가 서면결의 전에 기자회견으로 내정 사실을 발표해 선임을 거의 기정사실로 만들었고, 그 발표가 이사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의가 서면으로 이뤄져 이사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됐는지, 토의를 충실히 거쳤는지도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판결문 24쪽에는 이사들이 실제로 낸 의견이 인용돼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2059 판결문 24쪽에서 이사회 의결을 다룬 대목입니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사회가 의결했다’와 ‘이사회가 감독을 골랐다’는 비슷해 보여도 같은 말이 아닙니다. 서면결의라는 형식은 있었지만, 법원은 이사회의 선임 권한이 실질적으로 행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발표가 먼저였다는 순서 하나로 내린 결론도 아닙니다. 이사들에게 제공된 정보와 이사들이 낸 의견까지 함께 따진 결과입니다.
면접도 같은 방식으로 따졌습니다. 다른 외국인 후보들은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면접을 봤고 질문지나 평가서, 영상자료가 작성됐습니다. F의 면접은 D가 참관인 없이 혼자 진행했고, 1심 법원은 그 과정에서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협회는 평가표를 반드시 만들라는 규정이 없고, D가 F의 집 앞에서 네다섯 시간을 기다린 것은 후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실질적인 면접이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규정이 없다는 것만으로 면접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협회가 실질적인 면접의 증거로 낸 문서도 작성 시기와 경위를 알 수 없어, 그 문서만으로는 협회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1심 이후의 절차
1심 판결 뒤 면접 기록을 둘러싼 새 주장이 나왔습니다. 당시 기술총괄이사였던 D는 8월 4일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참가 신청서를 냈습니다. 그의 법률대리인은 D가 최종 후보 세 명과 면담했고, 홍 감독을 면담하면서 직접 작성한 자필 기록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다시 따져야 하는 것은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는 1심의 사실 인정입니다. 다만 1심 법원은 협회가 낸 문서가 작성 시기와 경위를 알 수 없어 그것만으로는 실질적인 면접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기록이 있다는 주장과, 그 기록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됐는지를 증명하는 일은 따로 따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기록 문제가 어떻게 정리되든 근거가 달라지지 않는 판단도 있습니다. D에게 추천 권한이 있었는지는 J의 사퇴와 위원회의 권한을 근거로 한 판단이고, 이사회가 선임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는지는 발표 순서와 이사들에게 제공된 정보를 근거로 한 판단입니다.
사실 하나가 바뀔 때 어느 판단이 함께 달라지고 어느 판단이 그대로인지 나눠 두면, 항소심 소식을 읽을 때도 헷갈리지 않습니다.
9월 22일에는 형사 절차에서도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정몽규 전 회장 등 협회 전 임원 세 명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경찰은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후속 선임 작업을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요청이 있었던 것처럼 이사회 참고자료가 작성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정 전 회장은 이사회를 속일 이유도, 속인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경찰은 홍 전 감독이 선임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불송치했습니다. 송치는 경찰이 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검찰에 보낸 것이고, 재판에 넘길지는 검찰이, 죄가 되는지는 법원이 정합니다.
행정소송에서 다투는 것은 문체부의 조치요구가 적법한지이고, 형사 절차에서 따지는 것은 특정인에게 형사 책임이 있는지입니다. 같은 사실을 다루더라도 두 절차가 판단하는 쟁점은 다릅니다.
결과와 절차, 서로 다른 질문
2026년 6월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표팀은 조별리그 1승 2패로 탈락했고, 홍 감독은 탈락이 확정된 뒤 사퇴했습니다. 5월에 월드컵이 끝나면 물러나겠다고 밝혔던 정몽규 회장도 회장직을 내려놓았습니다.
7월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에서 정 전 회장은 16강에 진출했다면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정 전 회장은 당시 감독 선임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었다는 기존 입장도 함께 밝혔습니다.
성적이 좋았다면 비판이 줄었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 발언은 이 사건에서 우리가 구분해야 할 두 차원을 오히려 선명하게 보여주며 안타까운 인식을 보여주었니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었는지는 감독 선임의 결과가 좋았는가를 평가하는 자료입니다.
반면 누가 감독 후보를 추천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사회가 선임 권한을 실제로 행사했는지, 면접과 의사결정 과정이 적절했는지는 감독을 선임하는 절차가 적정했는가를 판단하는 문제입니다.
둘은 엄연히 다른 질문입니다.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했더라도 J가 사퇴한 뒤 추천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지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내정 발표가 이사회 서면결의보다 먼저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그대로입니다. 반대로 선임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고 해서 홍 감독의 지도 능력이나 경기 성과까지 그 사실만으로 부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법은 이러한 차이를 매우 중요하게 다룹니다.
법학에서는 흔히 실체와 절차를 구분합니다. 어떤 권리·의무가 존재하는지, 어떤 행위가 허용되거나 금지되는지와 같은 내용을 정하는 규범을 실체법의 영역에서 다루고, 그러한 권리와 책임을 어떠한 과정과 방식으로 판단하고 실현할 것인지는 절차법의 영역에서 다룹니다.
민법과 민사소송법,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별도의 법체계로 두는 것도 이러한 구별을 잘 보여줍니다.
물론 이 사건에서 말하는 ‘절차’와 소송법상의 ‘절차법’이 완전히 같은 개념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법적 사고가 결과의 정당성과 그 결과에 도달한 절차의 적정성을 서로 다른 판단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이유로 절차적 하자와 실체적 하자도 구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감독 후보 자체가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면 선임 대상의 적격성에 관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적격한 후보를 선임했다고 하더라도, 후보를 추천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추천하거나 최종 결정권자가 실질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선임 과정에 관한 별도의 문제가 됩니다.
적합한 사람을 골랐다는 결과가 그 사람을 고른 절차까지 적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선임된 사람의 능력이나 성과까지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 점에서 “16강에 진출했다면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발언은 안타깝게 읽힙니다. 실제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면 사회적 비판이나 정치적 관심이 줄어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을 가능성에 관한 현실적인 관찰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제기된 절차상의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발언은 결과에 대한 평가와 절차에 대한 평가라는 서로 다른 두 차원을 하나로 연결하기 쉽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성과가 좋으면 절차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게 되고, 성과가 나쁘면 그제야 절차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절차가 적정했는지는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 역시 홍 감독이 좋은 감독인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지를 판단한 것이 아닙니다. 법원이 검토한 것은 문체부의 감사 결과와 조치요구가 위법한지였고, 그 과정에서 감독 추천 권한, 이사회의 선임 권한 행사, 면접 과정 등 협회의 업무처리가 적정했는지를 살폈습니다.
법원은 해당 감독 선임 등을 포함한 여러 업무처리가 부적정하다고 본 문체부의 조치요구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가 절차를 정당화하지 않고, 절차가 결과를 대신 평가하지도 않습니다
이 구분은 LEET에서도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2023학년도 LEET 언어이해 28~30번은 벤야민의 「폭력 비판을 위하여」를 다룹니다. 제시문에서는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정당성이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를 문제 삼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축구협회 사례와 벤야민의 논의가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두 사례가 요구하는 사고의 형식이 닮아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목적이 좋다는 사실과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된 수단이 정당하다는 것은 서로 다른 명제입니다. 마찬가지로 감독 선임의 결과가 좋았다는 사실과 감독을 선임한 절차가 적정했다는 것도 서로 다른 명제입니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자동으로 보증하지 않습니다.
리트바이블은 이런 읽기를 차원의 구획이라고 부릅니다. Principle (상) 제2장에서는 차원의 구획을 논의의 층위를 나누는 일로 설명하고, 그 예로 논증이 전제하는 사실과 논증이 전개하는 주장을 구분하는 일을 듭니다.
이 사건에서는 ‘후보가 적합한가’와 ‘누가 추천할 수 있는가’, ‘의결이라는 형식이 있었는가’와 ‘이사회가 실제로 골랐는가’가 서로 다른 층위의 질문입니다.
실제로 LEET 문제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Q. 윗글의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① J가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로부터 감독 후보 추천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하더라도, J가 위원장에서 사퇴한 뒤 그 권한이 당연히 D에게 이전된다고 볼 수는 없다.
② F가 J의 보고와 D의 보고에서 모두 1순위였다는 사실은 후보에 대한 평가가 일치했다는 점에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그 사실만으로 D에게 감독 후보를 추천할 권한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③ 이사회가 F를 감독으로 선임하는 안을 서면으로 의결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면, 그 의결에 앞서 내정 사실이 발표되었거나 이사들에게 제공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더라도 이사회가 선임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다고 보아야 한다.
④ D가 F를 면담하면서 작성한 자필 기록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D에게 감독 후보 추천 권한이 있었는지에 관한 판단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사실만으로 감독 선임 절차에 존재할 수 있는 하자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감독의 지도 능력까지 부정할 수도 없다.
정답은 ③번입니다.
①은 추천 권한의 귀속에 관한 선지입니다.
J가 위원들로부터 추천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사실은 제시문에서 인정됩니다. 그러나 그 사실만으로 J가 사퇴한 뒤 권한이 협회나 D에게 자동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J가 추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과 J가 사퇴한 뒤 그 권한을 D가 행사할 수 있다는 결론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앞의 명제가 참이라고 해서 뒤의 명제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리트바이블에서 말하는 대응형 문제에서는 이처럼 제시문에 있는 사실 하나를 근거로, 제시문이 확인하지 않은 다음 단계까지 확장하는 선지를 조심해야 합니다.
②는 이 사건에서 가장 전형적인 대응형 판단입니다.
J도 F를 1순위로 보고했고, D도 F를 1순위로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같은 후보를 선택했다는 사실과 두 사람 모두 그 후보를 추천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상대적으로 쉬운 선지였습니다.
앞의 사실은 후보에 대한 평가의 동일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뒤의 문제는 추천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가라는 별도의 변수를 확인해야 합니다. 결과가 같다고 해서 그 결과에 이른 권한이나 절차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③이 정답입니다.
이사회가 실제로 서면결의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법원이 판단한 것은 단순히 이사회 결의가 있었는가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보다 정확한 질문은 "이사회가 감독을 선임하는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는가"였습니다.
내정 사실이 이미 발표되어 선임이 기정사실화된 상태였는지, 이사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었는지, 실질적인 토의와 판단이 가능했는지 등이 함께 검토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서면결의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선임 권한은 실질적으로 행사되었다"라고 곧바로 연결할 수 없습니다.
이 선지는 형식의 존재와 실질의 충족이라는 서로 다른 차원을 하나로 묶고 있습니다.
④는 사실 하나가 새롭게 밝혀졌을 때 어느 범위까지 판단을 수정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D가 F와의 면담 과정에서 자필 기록을 실제로 작성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1심 법원이 인정한 "면접 과정에서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은 D에게 감독 후보를 추천할 권한이 있었는가는 문제와는 직접 연결되지 않습니다.
추천 권한에 관한 판단은 J의 사퇴 이후 권한이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 위원회가 가진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맡길 수 있었는지 등을 근거로 합니다. 즉, 새로운 사실이 나타났다고 해서 판결의 모든 판단이 함께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⑤는 앞에서 살펴본 차원의 구획을 그대로 묻습니다.
대표팀의 경기 성적은 감독의 지도력이나 선임 결과를 평가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추천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이사회가 선임 권한을 실제로 행사했는지, 면접 과정이 적정했는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좋은 성적→ 적정한 선임 절차"라고 연결할 수 없습니다. 각각 다른 차원에 놓인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섯 선지에서 반복되는 것은 하나입니다. 한 차원에서 확인된 사실을 다른 차원의 판단까지 옮겨도 되는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리트바이블에서는 이러한 작업을 차원의 구획이라고 부릅니다. 복잡한 사건일수록 모든 사실을 한꺼번에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먼저 질문을 나누어야 합니다.
누가 추천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가.
이사회가 실제로 선임 권한을 행사했는가.
면접 과정에 어떤 사실이 존재했는가.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어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가.
감독의 성과와 선임 절차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각 질문을 다른 차원에 놓고, 그 질문에 대응하는 사실만 연결하면 됩니다. 이것이 LEET에서 차원의 구획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배경지식으로 협회를 비판하거나 홍 감독을 옹호해도 이 선지의 정오는 가려지지 않습니다. 선지를 판단할 때는 제시문이 실제로 연결해 준 내용까지만 옮겨야 합니다. 차원의 구획이 제시문 독해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주장과 사례, 사실과 평가의 층위를 나누는 차원의 구획 칼럼에 더 자세히 있습니다.
자료: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2059 판결(2026. 4. 23. 선고) 20~24쪽,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특정감사 결과 발표(2024. 10. 2.),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 최종 결과 발표(2024. 11. 5.),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10차 회의록 공개와 선임 과정 설명(2024. 10. 1.), 2023학년도 LEET 언어이해 28~30번.
보도: 뉴스핌, 서울고등법원 집행정지 인용(2026. 6. 13.), 뉴시스, 국회 청문회(2026. 7. 30.), 파이낸셜뉴스, 소송참가 신청(2026. 8. 7.), 세계일보, 경찰 송치(2026. 9. 22.). 사실관계는 2026년 9월 28일 기준으로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 글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을 나누어 읽는 LEET 학습 콘텐츠입니다. 리트바이블은 특정 인물이나 기관, 정당 또는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습니다. 사건의 옳고 그름을 대신 판정하려는 글도 아닙니다. 진행 중인 사안은 후속 절차에 따라 사실관계와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LEET 학습 자료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의 법적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사안에는 변호사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사실관계와 법령은 2026년 9월 28일까지 공개된 자료로 정리했고, 그 뒤의 절차 진행, 법령 개정, 판결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대표 이미지는 이미지 생성 AI로 만든 그림이며, 실제 현장이나 인물을 촬영한 사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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