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리트 칼럼I. 법학의 본질 ― 왜 우리는 ‘아는 것 같은데 점수가 안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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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드리는 이야기는, 제가 무슨 ‘법학 초고수’라서 감히 훈수를 두겠다는 취지가 절대 아닙니다.
그보다도, 여러분보다 조금 먼저 이 길을 걸어봤던 사람으로서 “이 방향으로 가면 시행착오가  많이 줄어들더라”는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에 가깝습니다.

저 역시 로스쿨 초기에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몰라 수많은 벽에 부딪혔고,
괜히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가 스트레스를 혼자 떠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막 입학을 앞두고 계신 여러분만큼은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여러분이 1학년 초반부터 겪게 될 핵심 혼란과, 그 안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법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법학 공부는 단순히 “요건 몇 개 외워서 사례에 대입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겉으로 보면 그렇게 보이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그 방향으로 공부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깊은 층위에서 판별력이 갈리고, 그 지점이 바로 학점의 분기점이 됩니다(그렇기 때문에 LEET와 방향성이 동일합니다).


이 글은 바로 그 지점을 설명하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제가 먼저 경험하며 부딪혔던 실수들과 깨달음들이 여러분에게는 조금 더 효율적인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적어봅니다.


I. 채권자취소권 사례로 보는 ‘법학의 본질 오해’

1. 많은 학생들이 처음에 생각하는 “법학의 본질”


여러분들께서 이제 곧 공부하실 민법이 가장 어려운 과목 중에 하나인데요. 그 가운데 곧 채권자대위권, 채권자 취소권 등을 열심히 배우실 것입니다. 그 중 채권자취소권(민법 제406조)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①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당시에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전항의 소는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있은 날로부터 5년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로스쿨생들은 이 조항을 보면 이렇게 반응합니다. 우리가 고등학교, 학부 내신 시험 처럼, 해당 개념의 요건등을 암기하고, 그것을 현출해 내

려고 합니다. 

“아, 이거 보·사·사 요건 아는 게 핵심이지.
① 피보전채권, ② 사해행위 ③ 사해의사
그리고 사해의사 추정 판례 몇 개…
좋아, 나 이거 잘 아는 거 맞지!”

해당 개념은 중요하다는 단원으로, 수험생 모두가 열심히 공부한 것입니다. 특히 요건을 암기해야 하고 모두 다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요건을 정확하게 답안지에 적어넣고, 책 몇 군데에서 본 키워드들을 잊지 않고 써주면, “이 문제는 내가 꽤 잘 쓴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시험이 끝나고도 마음속에서는 이렇게 떠올립니다.

“이 정도 썼으면 A 한 번 노려볼 만하지 않나?”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성적은 B 혹은 C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수험생은 점점 다음과 같은 오해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 “토시 하나 틀리지 않게 더 외워야 하나?”

  • “판례 문장 그대로 써야 하는 건가?”

  • “결국 암기가 법학의 전부인가?”

  • “법학 공부가 왜 이렇게 끝이 없지?”

이 시점에서 많은 학생이 방향을 잃고 지칩니다. 법학의 본질을 ‘암기의 차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공부가 점점 고통스러워집니다.


2. 왜 이런 오해가 생길까?

학생들이 잘못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 처음 보이는 것이 요건과 법리뿐이기 때문입니다.

  • 사실

  • 법리(요건)

  • 적용(포섭)

이 구조가 너무 명확하고, 마치 수학공식을 대입하듯 보이기 때문에 “더 정확한 법리를 외우면 점수가 오르겠지”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요건조차 못 쓰면 C를 받는 것은 맞습니다. 요건을 쓰기만 하면 일단 ‘공부는 했다’의 영역이라 C는 피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은 이렇게 확신합니다.


“내 성적이 안 나오는 이유는 내가 남들보다 덜 정교하게 외워서다.”


하지만 그건 법학의 본질의 절반만 보고 있는 것입니다.

요건을 외우는 건 법학의 입구이지, 본질이 아닙니다.


II. ‘같이 외웠는데 왜 쟤만 A를 받을까?’ ―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1. 시험장의 현실

여러분이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장에 들어갔다고 가정합시다.

  • 기본서도 보고

  • 요약서도 보고

  • 핵심 강의도 듣고

  • 판례도 열심히 정리했다

본인 기준에서는 정말 많이 준비한 것입니다. 그런데 교수님이 내는 문제는 항상 이렇습니다.


“어… 이 사례는 처음 보는데?”
“배운 적 없는 조합인데?”
“이걸 한 번에 어떻게 판단하지?”

나는 보·사·사 요건에 따라 나름 논리적으로 포섭했지만 시험이 끝나고 나면 친구가 이렇게 말합니다.


“이거 ○○판례랑 거의 같았잖아.”
“결론은 B가 아니라 A였어.”


그러고 보니 나는 결론이 반대였습니다.

그리고 성적은 이렇게 나옵니다.

  • 친구: A 또는 A-

  • 나: B 또는 C+

그러면 머릿속에 드는 질문은 단 하나입니다.

“아니… 우리 둘 다 똑같이 외웠는데 왜?? 내가 쓴 것도 틀렸다기보단, 나름 타당했는데… 왜 점수가 이렇게 갈리지?”


2. 상위권 학생들은 왜 성적이 좋은것이지? 

이 부분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착각합니다. “쟤는 판례를 더 많이 외워서 맞춘 거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입니다.

상위권은 판례를 ‘더 많이 외워서’ 맞추는 것이 아닙니다.

교수님들이 내는 비틀린 사례는 대부분 판례의 요지를

  • 2~3개 섞고,

  • 사실관계를 비틀고,

  • 결론을 뒤집어 변형해 놓은 형태입니다.

상위권 학생들은 그 비틀린 사실관계를 보면서 ‘판례가 무엇을 문제 삼았는가’,
즉 판례의 구조를 떠올리고 그에 맞는 방향으로 포섭합니다.

반면 다수의 학생들은 요건을 외우고, 키워드를 외우고, 문장을 배워온 방식대로 정답을 구성하지만,
사실관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깊게 해석하지 못해 결론이 달라집니다. LEET에서 경쟁답안이 2개 남았을 때 핵심은 결국 포섭능력이었던 것과 같습니다. 


공부 똑같이 했는데 항상 잘받는 애

공부 똑같이 했는데 내 성적은 왜 잘 안 나오지 고민하는 애

내가 생각하는 공통점, 그리고 발현되는 과정들

1. 내가 봤을 때, 나도 쟤만큼 공부 열심히 했고,자신있다. 쟤도 OO강사 책 봤고, 나도 같은 책 봤다. 차이 없다.내가 이번에는 에이쁠 내가 간다(굳은 의지) 

2. 시험봤는데, 교수가 완전 쌩판 모르는 사례 가지고 와서 풀라고 한다.

3. 나도 어찌어찌 공식 적용해서 풀었는데, 이런 판례가 있다고 한다. 나는 결론을 반대로 적었고, 쟤는 맞게 적었다.

사실

공식 적용

사안 포섭

사실

공식 적용

사안 포섭

똑같이 빡세게 외움

결론 맞음

똑같이 빡세게 외움

결론 틀림


이 차이가 1학년 때는 반반이지만, 2학년·3학년으로 갈수록 상당히 중요해지고, 민재실, 형재실과 같은 전국단위 시험에서 결정적인 능력 차이가 됩니다. 

즉, 같은 법리를 배웠지만 사실을 읽는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에 성적도 달라지는 것입니다(결론이 틀리게 되는것도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법학의 본질은 ‘요건 암기’가 아니라 사실을 구조화하는 능력입니다. 법학의 본질은 요건을 더 많이 외우는 데 있지 않습니다.
키워드를 더 많이 쓰는 데 있지도 않습니다.


요건은 입구입니다. 하지만 포섭의 구조를 읽는 눈이 진짜 본질입니다. 여기서 법학 성적의 80%가 결정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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